나의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를 읽고

제니류 2019. 6. 17. 17:50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마치 현지인들처럼 외국인들처럼 경치좋은 노천카페에서 커피한잔 또는 맥주한잔에 읽고 싶어서

가져간 책이나 한줄도 읽지 못하고 돌아온 동유럽 6개국을 돌아온 책 ㅎㅎ


한국에 돌아와 읽기 시작한 책. 처음엔 이게 머냐? 했다가 엄청 크게 와 닿고 있는 책.


나영석PD의 새 여행요리복합 예능 '스페인하숙'그럴 보고 순례자란 책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막연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 그들이 거기를 힘들여 걷는 이유, 거기서 오는 깨달음

이런 책인줄 알고 선택을 했는데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 실린 람의 의례, 내가 종교인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이건 영적인 훈련이고 믿음과 종료글 향한 걸음이란 걸 어렴풋이 그런거 같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도대체,,,  위에서 말한 그런 기대로 내가 잘못 선택한거네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든다.

절대 가볍지 않으나 언젠가는 한번 마주쳐야할 심오한 문제. 이런 인도자와 함게 저 순례길을 걷는 기회가 내게도 있으면 그런 때가 올까?

이책이 아니어도 스페인 하숙을 보며 40일간의 대장정을 걸을 여유가 퇴직 후에나 오지 않을가? 그런 도전으로 깨달음이란 귀한 열매를 얻기에

이미 늦은 나이가 되어 그런 때가 오지 않을까? 나는.....

되도록 한살이라도 젊을 때, 되도록 한살이라도 치열할 때, 되도록 하나라도 묻고 싶은게 많을 때,

되도록 들끓는 가슴을 가졌을 때, 되도록 해보고 싶은 게 넘쳐날 때 이런 경험을 하는 젊은이(나에 비하면) 그런 사람들은

무엇이 되어있을까? 역시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없다. 그런것이야!

그예능에서 본 스케치같은 순례길이 아니라 심오하고 근원적인 훈련과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게 처음에는 이상하고 재미없었는데

갈수록 빠져드는 무슨 이런 경험이 있을까. 분명이 끝까지 읽지도 못하겠다. 심지어 10장도 읽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책보다 몰입하여 집중하여 정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문득 느끼면서 신기하다.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고 흥미가 없는 종교분야라고 생각했는데 놀랍도록 몰입이 되고 갈수록 깊이 빠져들게 한다.


비범한 것을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 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길'을 계속 따라걷기 위해 매일같이 치러내야하는 나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존엄과 끈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날 복돋워준 것도

역시 그것이었다. 프롤로그에 적힌 몇 줄이지만 작가가 내게 주는 메시지는 가장 단순하고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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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느리게도 걷지 말 것이며, 언제나 길의 법칙과 요구를 존중하며 걸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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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주어를 넣어도 바로 대입될 듯한 공식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처음만난 마음에 쏙 들어오는 구절이었다. 인생이란 게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게

걷지도 말고, 언제나 법칙과 삶이 내게 주는 요구를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그렇게 나는 와닿는다.

빠르게 출세하고 빠르게 성공하는 사람이 부럽고 별 탈없이 편안히 인생이 가는 사람이 부럽고(그건 물론 내 생각일뿐, 내 시각일뿐이지만)

늘 그렇게 부러워하다가 나의 인생은 존중하지 못하고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기도 하는 삶인데 나이가 들수록 알아가게 된다.

빠르다는 것이 꼭 부럽고 좋은 것은 아니며 내 페이스대로 성실하게 나는 나의 평범한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가치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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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지혜로 향하는 진정한 길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그 길은 아가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합니다. 바로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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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엄청 귀하고 먼 것이 아니라, 아가페(사랑)이 있어야하고, 실용적이어야 하고, 누구에게라도 열려있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읽혀졌다.

누구도 내게 이렇게 이야기해 준 사람은 없었다. 지식이 아닌 지혜가 많은 사람이 되어라,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한다.

너무 힘들 때 내게 지혜를 주소서, 이것을 헤쳐나갈..... 지혜많은 어머니가 되고 싶다.  지혜로운 선배가 되어야지. 막상 지혜가 무엇인지 몰랐다.

지혜란게 이런 것이란 걸 성찰했다면 나를 덜 괴롭혔을건데...... 대한민국은 너무 자기자신을 괴롭히면 살게 만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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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바로 보는 것들 속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무관심해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신비를 발견하는 훈련이죠. 페트루스가

그렇게 말한 람의 두번째 의례는 '속도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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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의례, 람의 훈련이 중간중간에 계속 등장한다. 예의 순례자라는 표시의 가리비껍데기 그림과 함께.

이걸 꾸준히 행하다보면 나는 어느 순간 다른 자리에 있는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역시 혼자 셀프는 힘들다

누군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노력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의지가 약한 일인으로서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느냐고? 낯설음. 그 낯설음 주는 설레임. 물론 낯설음이 주는 긴장, 스트레스도 반대급부로 따라오나

나는 그래도 낯설음을 만나러 떠나고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낯설음에서 나는 살아있다고 느끼니까. 싫증을 잘 내는 기질탓에 익숙함, 습관, 이런 것에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떠난다. 그리고 낯선 풍경 속에서만 나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을 느껴왔다. 사진을 찍은 뒤론 좀 달라졌지만.

그러나 내가 만약 이 속도훈련이란게 된다면 나는 일상 속에서 낯설음의 설렘을 발견할 수 있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당장 실천해보고 싶을 정도로.^^